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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승현은 누가봐도 꾀죄죄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승현의 직업이 어부(漁父)란걸 알지 못했다면 거렁뱅이로 오인할 정도의 행색이었다. 특히 하루가 머다하고 그물만 잡아올린 손가락은 투박하기 그지 없었고 매번 햇빛에 그을린 피부는 까무잡잡하게 타있었다. 딱히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더벅머리는 어느새 길게 자라 승현의 눈을 가릴 정도가 되었다. 

 

 그날도 바다에서 돌아온 승현은 자신의 집 마루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중매쟁이 안씨 할멈을 발견했다. 안씨 할멈은 승현을 보자마자 대뜸 용건을 꺼냈다.

 

 “일전에 서울에서 내려온 숙희 알제?”

 “아, 예.”

 “그 사람이 당신이 맘에 든다고 하대. 나보고 소개좀 시켜 달라네.”

 “...저를요?”

 “숙희가 억수로 예쁜건 잘 알지? 그런 사람이 최씨 자넬 찍었으니 잘 해보드라고.”

 

 ...예에. 승현은 딱히 거절의 말을 찾지 못해 정말, 마지못해 대답한 것 뿐이었다. 맹세코 그날의 대꾸가 훗날 어떤 파장을 일고 올지 알았다면 절대 그런 대답을 하지 않았을거다.

 

1.

 승현에게 아내가 생겼다. 

 나이가 스물아홉이 되고도 여전히 장가들 생각을 하지 않는 승현을 보며, 동네 어른들이 저러다 어부(漁父)일만 하며 노총각으로 굶어죽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스물아홉이었다. 승현의 장가 소식에 가장 먼저 아쉬움을 토한 것은 동네 처녀들이었다. 혹여나 자신들 중 한 사람과 살림을 차리게 되진 않을까 기대한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숙희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이 시골짝이나 다름없는 섬마을로 내려온 승현의 아내는, 서울사람 답게 어딘가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뽀얗고 반질거리는 피부에 해사하게 웃는 얼굴이 남자답게 잘생긴 승현과 참 어울렸다. 마을 사람들 또한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며 저들끼리 쑥덕였으니 그들의 결혼생활이 탄탄대로인 것은 불보듯 뻔했던 것이다. 

 

 “아가, 인사해야지.”

 “......”

 “이제 네 아버지 되실 분이란다, 응.”

 

 숙희에게는 이혼 경력이 한번 있었다. 덕분에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일곱살 난 아들이 혹처럼 따라왔다. 꾸욱, 숙희의 아들은 제 어미의 손을 한번 더 꽉 쥐고는 승현에게 꾸벅 인사했다. 문득 승현은 그 아들의 이상한 부분을 눈치챘다. 아들은 일부러 헐렁한 d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이따금 바다 바람이 불때마다 그 다리의 윤곽이 드러나곤 했다. 기형적으로 왼쪽이 얇게 비틀린 다리. 승현은 단박에 그 아들이 절름발이 라는 것을 눈치챘다. 

 

 “권지용이어요.”

 

 숙희가 덧붙였다. 지용이라구, 승현은 그 이름을 읊조렸다. 

 

2.

 이럴때는 참말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숙희가 종종 마을 아낙들과 저녁 마실을 나가면, 집에 남게되는건 일을 끝내고 온 승현과 지용 단 둘 뿐일때. 마루에 앉아 승현이 사온 찹쌀떡을 물고 있던 지용이 여전히 요지부동인 승현을 돌아봤다. 

 

 “아저씨.”

 

 다행스럽게도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은 늘 지용이었다. 이제 이주일 쯤 되었는데도 아버지라고 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는 모양인지 아저씨, 아저씨. 조잘대기에 바빴다. 그것도 아재라고 하지 않고 서울말로 아저씨. 아주 또박또박 말해주는 것이다. 덕분에 승현은, 자신에게 아들이 새로 생겼다는 사실을 쉽사리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조카가 하나 생긴것마냥 바로 옆의 녀석이 아득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거 참, 칠칠맞다.”

 

 승현은 괜히 지용을 타박하고는, 입술에 잔뜩 묻은 녹말가루를 닦아주기 위해 손을 들었다. 보드라운 입술이 손바닥에 닿는다. 뭉개진다. 승현은 예상치 못한 감촉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지용의 반바지 위로도 가루들이 날려 지용은 그것을 조막만한 손으로 열심히 털고 있었다. 

 

 “우리 아빤 이런거 하나도 안사줬어요.”

 “......”

 “그래서 사실 어떻게하문 잘 먹는지 몰라요.”

 

 꾸욱, 그래도 승현이 사준거라고 열심히도 남은 찹쌀떡을 우물거리고 있다. 지용의 반바지 위에 묻은 가루를 마저 털어주기 위해 승현이 손을 뻗은 순간, 다시 한번 눈썹이 꿈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릴건 달려있다고, 승현의 손에 불룩한 것이 스치고 만 것이다. 승현은 흠칫하며 죄라도 지은 마냥 손을 떼어냈지만 지용은 아무 반응 없이 남은 떡을 마저 삼켰다. 

 

 “아저씨, 그리구 있다가 같이 등목해요.”

 “......”

 “엄마가요, 나 혼자 하면 아직 위험하다구 아저씨한테 씻겨달라구 하랬어요.”

 “......”

 “그러면 말 잘 듣고, 앞으로 착하게 굴라고도 했어요.”

 “......”

 “엄만 늘 사서 걱정이에요. 난 나쁜애가 아닌데.”

 

 이상하다. 승현은 조금 가슴이 답답해지고 말았다. 왜일까? 생각해봤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3.

 숙희에게 설렜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아침이다. 이불 위에서 눈을 뜬 순간 승현은 희미하게 풍겨오는 된장찌개 냄새에 눈을 깜박였다. 늘 혼자만 끓여먹던게, 누가 부엌에 있을까 생각하니 그렇지. 이제 아내가 생기고 만 것이다. 옆에선 지용이 세상 모르게 배를 드러내놓고 자고 있었다. 

 

 “서방님, 이제 밥이 다 되었으니 일어나세요.”

 

 승현이 흐릿하게 눈을 깜박이자, 숙희가 활짝 웃었다. 곱기 그지없는 웃음이었지만 이상하게 승현은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것을 느꼈다. 뜨끈한 이마 위로 물기 젖은 서늘한 숙희의 손바닥이 내려앉았다. 서방님, 다시 부르는 자신의 호칭에 승현은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아내에게 설레지 않는 걸까? 왜?

 

 푹, 푹.

 말 없이 고봉밥을 떠먹으면서 승현은 제쪽을 보고 있는 숙희의 시선을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노모의 유언대로, 서른이 되기 전에 덜컥 살림을 차리긴 했지만 아내에게 반하게 된 과정은 사실 기억도 나지 않았다. 

 

 “맛있어요?”

 

 어제 승현이 잡아온 고등어가 바삭하게 구워져 상 위에 놓여있었다. 숙희의 다정맞은 목소리에 승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게 전부였다. 그저, 어쩌다보니 섬마을에서 살게 된 숙희의 마음에 자신이 들었고. 몇 번 중매쟁이의 소개로 만난 것 외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저 눈 깜짝할 사이 결혼을 하고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오늘밤에는, 같이 잘 거죠?”

 

 예상치 못한 물음에 승현은 앞머리 너머에 감춰진 눈을 찡그렸다. 오늘에야말로, 승현이 의도적으로 피해오던 잠자리를 가지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 승현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숙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난 당신이 참 좋아요, 응.”

 

 숙희는 웃을때면 참 고운 얼굴이 되었다.

 

*

 

 숙희가 빨래 한보따리를 가지고 마을 아낙들과 냇가에 가자, 이제 집에 남은건 할 일 없이 앉아있는 승현과 마루에서 낮잠을 자는 지용뿐이었다. 옆집 사는 어부 김씨가 '오늘은 바닷바람이 좀 위험할 것 같으니 그물은 내일 내리자구.' 경고를 해둔 탓이었다. 이제 승현이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보고 있을건, 쌔근쌔근 숨을 내뱉으며 세상 모르게 자는 지용 뿐이었다.     

  

 저런 짧은 바지를 어디서 구해왔을까. 

 반바지라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길이의 바지를 입은 지용은 배를 드러내놓고 잠에 빠져 있었다. 덕분에 기형적으로 뒤틀린 왼쪽 다리가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승현은 저도 모르게 다리로 손을 뻗었다. 얇아서 한 손에 잡히고도 남는 다리였다. 하지만 승현이 꽈악 움켜쥐어도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

 

 승현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곤, 마저 까던 감자를 까기로 한다. 숙희가 삶아놓고 간 감자 껍질을 다시 까고 있는데 별안간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펄럭, 지용이 입은 셔츠가 이제는 어깨까지 올라가 상체가 훤히 드러났다. 가슴팍에 작게 달린 두개의 젖꼭지를 보던 승현은 문득 제 손에서 어느 순간, 감자가 뭉개지고 있음을 깨닫고 흠칫했다. 

 

 “...칠칠맞다, 참.”

 

 한동안 지용의 맨 몸을 노려보다가, 괜스레 중얼거리며 승현은 지용의 셔츠를 도로 내려주었다. 그러다가 공연히 마루 끄트머리를 꽉 쥐고는 뭔가를 참듯이 억누르는 것이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잠에서 깬 모양인지 옆에서 뒤척이는 몸짓이 보였다. 희미하게 눈을 뜬 지용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저씨- 집에 있었어요?”

 “오늘 바다바람이 영 좋질 않대서 안 나갔다.”

 “응, 그렇구나.”

 

 문득 지용은, 여전히 마루 끄트머리를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고 있는 승현의 손을 발견했다. “손 아파요?”지용의 물음에 승현은 작게 어깨를 떨었다.

 

 “땀이 많이 나요, 아저씨.”

 

 지용은 양 손으로 승현의 젖은 손을 꽈악 쥐더니 자신의 옷 위에 문질렀다. 승현은 그 광경을 홀린 사람 마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중매쟁이가, 일전에 자신에게 숙희 몰래 속삭였던 말이 생각났다.

 

 ㅡ그나저나 최씨는 정말루 그 나이 먹도록 첫사랑 같은거 없어라?

 ㅡ없습니다.

 ㅡ거 참, 동네 처녀들 사이에 있을 법두 한데 이때까지 여자 만난 전적두 한번 없구 말이지.

 

 승현은 어째선지 첫사랑이라는, 그 낯설고도 이질적인 단어를 실감하고 말았던 것이다. 왜였을까? 그제야 의문이 기억의 한구석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 기억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머리가 욱씬거릴 정도였다. 왜 나는 참말, 이 나이 먹도록 어떤 처녀도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

 

 

 

4.

 지용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일곱살이면 알건 아는 나이기도 했다. 승현이 자신에게 잘 대해준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 지용이 학교에서 알게 된 애들과 놀러나가지도 않고 다리 핑계를 대면서 집 마루에서 뒹굴고 있으면 승현은 늘 다정하게 안아주기도 했다. 그러면 승현의 목덜미에 파묻혀 바다냄새가 나는게 퍽 좋았다. 하지만 일곱살 지용이 느끼기에도 승현의 친절에는 의아한데가 있었다.

 

 “이거 묵어라.”

 

 가령 제 어미에게도 주지 않은 설탕 묻은 도넛을 지용에게만 꼬박꼬박 사다 주는 것 때문은 아니었다. 승현과 숙희가 산책을 나갈 적마다 한번도, 어미의 손을 잡은 적 없이 승현이 늘 뒷짐 지며 걷는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도 지용의 손은 꽉 잡아주는 것을 보고 어린 지용은 의아했던 것이다. 사실은, 승현이 단 한번도 자신의 어미를 보고 웃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때 지용은 결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저씨는 내가 좋아요?”

 “.....”

 “우리 엄마보다 내가 좋아요?”

 

 갑작스런 질문에, 마루에 앉아 안경 너머로 풀떼기를 만지작대던 승현의 손동작이 멈췄다. 아마 꽃반지를 만드려는 모양이었는데, 이상하게 어미에게 줄 것 같진 않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믿기엔 만드는 크기가 너무 작았으니까.  

 

 “네에?”

 

 칭얼대는 지용의 목소리에, 승현은 문득 자신이 쥔 주먹이 금방이라도 혈관들이 경련하며 터지진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굳게 다문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표정에 드러나진 않았다. 여전히 반응을 보일 생각이 없는 승현의 얼굴에 싱거워진 모양인지 지용은 다리를 꼬고 앉았다. 아저씨이. 하고 또 낯간지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엄마가 왜 이런 섬마을로 내려왔는지 아세요.”

 “......”

 “내가 같은 동네 사는 남자애가 좋다구 했거든요.”

 “......”

 “걔를 보구나서 너무 멋있길래 얼른 집으로 달려와서 엄마한테 그랬어요. 나는 커서 쟤랑 결혼할거야, 엄마. 키스도 하구, 애도 낳을거야. 응?”

 “......”

 “그랬더니 엄마가 그날 밤 내 뺨을 때렸어요. 다리도 맞았어요.”

 “......”

 “그래서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되었어요. 그치만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셔야 해요. 엄마때문인지는 모르니까요.”

 

 승현은 괜스레 지용의 뺨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지금은 맞은것도 모르게 멀쩡한 뺨이었는데도 승현은 계속이고 만지작거렸다. 아팠냐, 하고 몇번이나 물으려다가 결국 관두었다. 한 손에 감긴 볼따구니가 야들야들했다. 괜스레 뺨에 손을 비벼보다가, 승현은 결국 손을 내리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그때까지도 지용은 여전히 승현을 빠안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갈 좋아하기엔 넌 너무 어리다. 그렇고 말구. 엄마도 그걸 알고 있었던거야.”

 “아녜요!”

 “......”

 “나는 참말로 남자애가 좋은걸요. 섬마을 여자애들이 나더러 암만 좋다구 해도요.”

 “.......”

 “학교 갈때마다 경식이란 애가 있는데 달리기를 참 잘해요. 그래서 좋아요.”

 “......”

 “난 경식이가 나한테 좋다구 고백하면요, 바로 받아줄 수 있을 거-”

 

 승현은 기어코 그 작은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맥아리없이 딸려오는 작은 몸뚱이가 승현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계속 우물거리던 지용의 입술을 한 입에 삼키고 집어넣자, 당황한건지 그 작은 주먹으로 연신 승현의 가슴팍이며 팔뚝이며를 쳐대는 것이었다. 결국 숨을 참지 못한 녀석이 할딱거릴때에서야, 승현은 물고있던 지용의 입술을 놓아주고는 지용이 소매 끝으로 젖은 제 입술을 문지를때까지도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을 하는 것이었다.

 

 “좋아한다는건 이런거다. 이 어린 녀석아.”

 “......”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입술 한번 부딪히고도 죄책감에 시달려서 다시 보지 못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게 되는거란 말이다.”

 “..그러면은 아저씨는.”

 

 지용은 할딱거리는 숨을 간신히 들이켰다.

 

 “내가 좋은거에요?”

 “......”

 “방금 왜 나한테 입술을 부딪혔어요?”

 “......”

 “이런건 우리 엄마한테 하는거 아녜요?”

 

 불안하게 흔들리던 승현의 눈에서 툭, 하고 뭔가 떨구어졌다. 뺨 위를 흐르는 그것에 지용은 조잘거리던 입술을 다물고 말았다. 승현은 자조했다. 어때, 이 머저리야. 니가 벌이고 만 일의 결과가 고작 이런거란 말이다.

 

5.

 친절하던 아저씨가 몇일 사이 왜 그리 변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덕분에 지용은 하루종일 울적했다. 승현은 자신의 옆에는 온다쳐도, 잠시도 머무른 적이 없었다. 혹시 입술을 부딪힌 것 때문에 그러는 걸까? 정말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는걸. 조금 숨이 막히기는 했지만. 엄마한테 해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

 

 지용은 마루 위에서 무릎을 웅크린채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제 승현이 바닷가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몇시간째 대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을까, 망태기를 어깨에 걸친 승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워진 지용이 얼른 일어났지만 승현은 다시, 의도적으로 지용과 시선이 부딪히기를 피했다. 앞머리 사이로 어쩐지 우울해보이는 승현의 눈과, 잔뜩 거칠해진 수염이 눈에 띄었다.  

 

 “아저씨이.”

 

 지용은 맨발로 마루에서 내려와 부엌쪽으로 향하는 승현의 옆에 따라 붙었다. 지푸라기로 엮은 망태기에 펄떡이는 물고기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용의 눈도 마주치지 않더니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기 시작했다. 지용은 손을 뻗어, 여전히 물속에 잠긴 승현의 거칠해진 손을 움켜쥐었지만 탁 쳐내는 손길엔 어깨를 잘게 떨고 말았다.

 

 “아저씨, 혹시 화났어요?”

 “......”

 “내가 경식이 좋다구 해서요?”

 “......”

 “나 그렇게 그 애를 좋아하는건 아녜요. 그냥 달리기를 잘해서-”

 “바쁘다. 나가서 친구들하고 놀고 와라.”

 

 부러 승현은, 지용이 그 기형적인 다리 때문에 나가 놀기를 꺼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지용은 상처받지 않은 얼굴이었다. 다만 아까부터 계속 승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저씨가 놀아주면 안돼요?”

 “......”

 “날 이렇게 들어 안아주고 나서요, 흔들어 주는 거요.”

 

 승현은 마지못해, 제 바지춤에 물기 젖은 손을 문대고는 지용의 작은 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승현의 팔에 안긴 몸이 허공에 붕 뜨자 지용은 꽈악, 승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햇볓에 그을린 승현의 목덜미에선 소금기에 젖은 냄새가 났다. 지용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어쩐지 숨쉬기가 힘든 기분에, 푸, 하, 푸, 하, 몇번이고 들뜬 숨을 내쉬었다 뱉었다를 반복했다.

 

 “부탁이다.”

 “네?”

 “그렇게 숨 쉬지 말아.”

 “왜요?”

 “널 좋아하고 싶어지니까 그러지 말아.”

 

 승현은 비명같은, 아득한 한숨을 내쉬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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