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147년 6월 16일. 여긴 원영 3호, 관제센터에 보고한다. 아직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식료품은 비상식량 포함 30일 어치가 남아있다. 배터리는 57퍼센트. 지구 귀환까지 30시간 39분 32, 31, 30…. 도킹스테이션에 대한 점검은 오차 수정 포함 3차를 완료했다. 다시 보고한다, 원영 3호, 아직 ‘무엇’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송 시 발생할지 모를 손상에 대비해, 메시지 포맷은 모두 세 종류였다. 텍스트, 음성, 모스부호. 자판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녹음하고, 모스부호를 두드리는 손이 무료하게 떨어졌다. 통제 데스크 위로 훅, 정기적으로 터지는 에어 컴프레셔가 지나갔다. 묻혀오는 먼지라곤 월석 부스러기뿐이었으나 컴퓨터는 예민했다. 덩달아 높은 압력의 공기를 마주한 눈이 건조했다. 백 제곱미터 단위로 눈금을 주시하였기 때문이겠다. 오늘도 헛수고였다. 그 어느 곳에서도 중력을 묶지 못했다. 몸무게를 달아보면 눈금은 단 1g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꺼풀은 체념과 달관과 의심 사이를 오가며 경련했다. 두 달까지는 마그네슘 부족으로만 넘겼으나 아니었다. 의심에 가까웠다. Z-32 구역. 변화 없음. 버튼을 누르고 기록을 하고, 먼 해와 지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기록적인 헛발질도 그만 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졸음으로 나타나는 피로에 지구가 일그러졌다. 인상을 찡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할아버지의 지구도 이런 모양이었을까. 백 년 전 지구의 사진 속보단 조금 더 늘어난 남극, 북극의 흰 대륙 면적을 조금씩 스케치로 옮기며 상상했다. 아버지는 점점 지구가 추워진다고 말씀하셨다. 백 년, 그 백 년을 기점으로. 백 년의 역사를 우리 가문의 것으로 완전히 가져올 수 있어. 너는 대단한 임무를 맡게 된 거야. 지구의 마지막 술자리에서 아버지는 약간 우신 것도 같다. 사각사각 종이를 긋다 순간 손을 떨었다. 연필이 떨어졌고, 컴퓨터는 재빨리 빨아들여 다시 손에 얹어주었다. 고마워, 혼잣말을 우물거리고 머리를 감쌌다. 다듬은 스케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니, 지용의 얼굴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눈을 질끈, 감았다. 

 

 -닥터, 닥터. 

 “아, 예.”

 

 메시지가 빨리 전송된 모양이었다. 으레 돌아오는 피드백에는 고생하라는 말 한 마디가 덧붙여졌다. 닥터, 고생하시구요. 예. 혹여 발견되면 보고 시간에 상관없이 전송해주시는 것 잊지 마시구요. 예. 오늘은 20 제곱킬로미터를 조사하셨어요. 넓었네요. 그럼요. 대단한 일이에요. 그럼 쉬세요. 쉬라는 말은 마취 같았다. 혹은 수면제 같기도 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식사도 없이 약 한 시간여의 낮잠을 잤다. 밖은 오로지 검은 공중뿐이었지만 아침 참새처럼 찾아오는 이가 낮을 알렸다. 일어나면 창밖에서 지용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닐 암스트롱이 족적을 남기듯, 차근차근 내가 재왔던 면적에 한 발자국 씩 걸음을 남겼다. 하얀 우주복을 입고 나와 마찬가지로 손에 든 눈금을 살핀다. 우뚝 멈추어 섰다가 왼팔의 노트에 기록을 하고 고개를 돌려 안녕 닥터. 물론 들리지 않았다. 일종의 신호였다. 창문에 손자국을 남길 만큼의 관찰에 지용은 손을 흔들었다. 발을 디디고 센터 기지로 다가온 뒤 문을 두드렸다. 독타, 문열어줘요. 선생님. 박사님. 문 열어주세요. 지용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전 별로요.”

 “에이 그런 말 하지 마요. 전 정말 보고 싶었어요.”

 

 지용은 헬멧을 벗고 푸하, 짧게 숨을 터뜨렸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었다. 손을 뻗었다가 흠칫 거두면 지용이 머리를 비벼왔다. 선생님.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몇 제곱킬로미터 조사하셨어요? 20킬로, 대답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도 비밀 조사원 왔노라고 은밀히 보고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선생님, 오늘은 뭐할 거예요? 옷자락을 잡고 물어오는 눈이 맑았다. 갓 태어난 별처럼 파랗게 반짝였다. 일단 식사부터 해요. 내 기지가 제 집인 양 창고를 뒤적이고, 물병을 꺼내 내 어깨에 기댄 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친한 척 하지 마요. 활짝 벌어진 웃음을 보면서 실없이 던지면 다시 웃음으로 되받아쳤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왜 이래요. 

 

 “무슨 소리에요. 신고할 거예요.”

 “센터에?”

 “네. 여기 내가 모르는 조사원이 한 명 더 있다고.”

 “아, 나빠! 열한 달이나 잘 참았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센터 평사원들 전부 놀랄 걸. 또, 또, 나 들켰다는 것도 걸리면 엄청 혼나요.”

 “뭐야. 그럼 나도 보고 안 했다고 혼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아니야. 들킨 제 잘못이라니까?”

 

 맛없는 건조식품일 뿐이었지만 지용은 매번 즐겁게 먹고 마셨다. 마른 볶음밥과 동결 건조된 아이스크림을 야금야금 물고 시선을 맞췄다. 물 한 덩이까지 삼킨 입을 뺨에 붙여오며 떠들었다. 나는 아직 남아있어야 해요. 닥터 가면 외로워서 나 어쩌지. 달은 너무 넓어요. 그러니까 우리 조금이라도 더 데이트해요. 

 플라이 미 투 더 문에 맞춰 지구를 바라보는 왈츠였다. 등에 하나씩 끈을 묶어 우리는 느리게 춤을 췄다. 우주복 안으로 흐르는 재즈와 지용의 목소리가 흐물흐물 뒤섞였다. 아직도 헷갈리기만 하는 스텝을 디뎠다. 발이 휘청거렸고, 지용이 웃었다. 맞아요, 오른발을 그렇게. 이제 잘 추시네요. 왈츠는 달로 조사 온 뒤 두 달, 그러니까 지용과 처음 만나고 두 달, 입을 맞춘 지 한 달이 되어 배우기 시작한 취미였다. 처음에는 지용을 넘어뜨릴 듯 휘청거렸으나 뺨의 점에 집중하면 무엇이라도 할 듯 걸음이 가벼웠다. 중력을 경험했던 이들이 경험할 무중력이 이런 기분일까 싶었던 느낌으로. 지용은 내 가슴팍을 더 가까이하고 물었다. 

 

 “무엇은 좀 찾았어요?”

 “아니요.”

 “저도요.”

 “없는 것 같지 않아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를 묶던 중력이란 게 정말 존재했을까요?”

 “있었을 거예요. 선생님의 증조부님이랑, 조부께서도 연구하셨잖아요. 그리고 달은 우리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여기 끌려와있네요.”

 “중력이 왜 사라졌을까요.” 

 

 전 좋아요. 선생님을 뵙게 되어서. 지용이 깍지를 끼우던 손을 풀고, 내 헬멧을 붙잡아 제 헬멧과 가볍게 부딪혔다. 우주 키스예요. 처음 입맞춤 전에 지용은 이마를 맞대고 웃었다. 그게 무슨 키스예요. 아니에요, 키스는 마음으로 닿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구요. 입술은 수단이에요. 나는 싱겁다고 웃고 싶었지만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마음이 닿아 버리면 어떡해요. 나는 일주일 뒤에는 지구로 돌아가요. 나는 이제 지용씨랑 닿고 싶지 않은데 말이에요. 요 며칠 전에 지용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용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었다. 무릎에 앉아있던 몸이 덜덜 떨었다. 눈이 빨갛게 부풀었다. 미안, 그치만. 눈꺼풀과 이마에 차례로 입 맞추자 지용은 고개를 흔들었다.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실로 오랜만에 울어본다고 했었다. 

 

 ‘나 외로워질까 그래요?’

 ‘아니요. 내가 지구에 돌아가서 외로워질까 봐.’

 ‘선생님은 날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응.’ 

 ‘어떡해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나도 쓸쓸해지잖아.’

 ‘그러니까요.’

 ‘난 외롭기 싫은데 외로워야 해요.’

 ‘중력이 왜 사라졌을까요.’

 

 “전 지구의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제 삶 자체로는 닥터를 만나려고 한 거 아닐까요.”

 

 지용은 내 끈을 쥐어 당겨 다시 울었다. 헬멧 안에 울음소리가 출렁였다. 지용은 낭만적이었다. 우리가 갓 사랑을 시작하고 짙어질 무렵의 대답과 많이 달라졌다. 어느 시인 같았다. 반찬 하나로, 그러니까 곧 죽을 운명인 게가 알들에게 불 끄고 잘 시간이라며 저녁을 보듬은 감각처럼 섬세하고 청승맞았다. 지용에게는 자주 물었지만, 사실 나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운명이었다. 태어난 직후부터 두둥실 뜨는 몸은 지구의 법칙이었다. 그러나 나의 증조할아버지 세대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확히 나의 증조할아버지가 마흔 살이시던 시절, 지구가 인류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히는 인류를 쥐던 손을 풀어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기묘한 재앙은 그 누구도 명확히 짚을 수 없었다. 몇 시, 몇 분 몇 초와 같은 섬세한 단위가 아니라 날짜조차 헤아릴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진화를 따지는 것과 맥락을 같이 했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적분의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섬세한 사람들만이 느끼던 위화감. 

 인류는 떠오르기 시작했다. 

 간접적인 첫 제보는 영국 링커셔에 사는 열네 살 소녀가 소방서에 전화한 것이 최초라고 영국이 주장하고 있다.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나서서 주장할 정도의 가치 있는 정보도 아니다. 다만 그 이면에는 중력으로 땅에 편안히 묻힌 뉴턴이 있으리라. 아마도 영국의 뉴턴이 중력을 인간의 세계로 끌고 왔다면 그 ‘번외편’도 영국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공교롭게도 출신지까지 링커셔. 기가 막힌 이야기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추측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다지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니므로.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래. 제보자는 그렇다 치고, 제보의 내용은 상당히 묘한 진술이었다. 

 

 ‘제가 지면에서 떠있는 것 같아요.’

 

 저가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눈속임이라든가 허풍은 그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의 낡은 유머였다. 소녀의 제보를 제외한 모든 진술은 사이비와 장난스러운 이들의 심심풀이 제보에 가까웠다. 당연한 응대로 소방대원은 ‘착각일 겁니다.’라고 가볍게 대답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때 그 소녀의 반응은 지금에야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본인을 무척이나 섬세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것은 진실이었으니. 어쨌든 그때에는 아무도 그 말을, 그 제보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계산으로 하여금 따져보았을 때 그 소녀는 약간, 아주 약간 그러니까 정확히는 오차 범위 0.0001mm 플러스마이너스로, 0.1mm의 공중부양을 눈치 챘다는 뜻이므로. 얼마나 섬세한 감각이기에 그 변화를 눈치 챈 것인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그것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사람이 4mm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그 소녀보다는 덜 섬세한 과학자가 공식적으로 조사하기에 나섰다. 사실 그가 그다지 섬세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은, 이미 전 세계 인터넷에서 ‘MWLG’라는 텍스트가 중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풀이하자면 Maybe We lost gravity. 해당 키워드를 증명하는 방법은 아주 손쉬웠다. 바닥에 똑바로 선 사람의 발부터 지면까지의 길이를 재는 것. 그러나 발바닥이 두툼하기도, 얇기도 하는 등 아주 천차만별이라 이러한 방법은 그다지 선호되지는 않았다. 대신 아주 객관적이고도 명확한 도구가 등장했으니, 종이 한 장. 종이 한 장을 발밑으로 통과 시키는 것. 걸림 없이. 그것이 그 증명이었다. 그것은 기묘하기는 했으나, 묘기는 아니었으며 눈속임도 아니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네티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었다. 물론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들도. 별나지만 보편적인. 한 마디로 전 인류사를 뒤집는 기현상이었다. 이점을 어째서 4mm나 되어서야 과학자가 조사를 시작하고, 언론사들이 보도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어찌됐든 인류는 중력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이를 두고 마치 저가 맨 처음 이 사실을 발견한양 떠들던 과학자는 본 현상을 ‘중력소실’이라 이름 붙였다. 중력을 불에 태운다는 표현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 곧바로 해당 명칭에 대해 약간의 잡음이 있었는데, 이유는 단어의 세밀한 뜻 때문이 아니었다. 범위의 문제였다. 

 

 중력으로부터 벗어난 건 오직 인류뿐이었기 때문이다. 개, 고양이는 물론 식물과 그 어떠한 사물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직 사람뿐이었다. 더욱 자세히는 심장이 뛰고 있는, 살아 있는 인간. 그 뿐이었다. 죽은 사람은 온전히 땅에 묻혀 있었다. 중력소실이 제안된 뒤 매장된 신선한 사체가 부유하면 어찌하냐는 걱정이 뒤따랐지만 그들은 흙처럼 묻혀있었다. ‘어찌 보면 살인범들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만일 그 시신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면, 그랬다면.’ 이라고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의 범인이 한 인터뷰에서 이리 말했다. 아무래도 어투, 단어 선택들이 탐탁찮았던지라 그도 곧 얼마 못가 중력에게 다시 잡혔다고 한다. 뭐 이미 50년도 더 된 일이라 그저 그랬다고 말할 뿐이지만. 결론은 그것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만 중력을 잃었다는 것. 인간을 제외한 동물, 식물, 사물 모든 것은 그 이전 시대처럼 편안히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력소실’이라는 단어는 지구의 차별을 표현하기 적합지 않았다는 것이다. 용어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반응도 조금 힘을 얻었으나, 이러한 중요한 사건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욱 거세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예술계는 너도 나도 나서서 단어를 내놓았다. 특히 글자를 요리하는 양반들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선택적 중력 증발이라는 괴이한 합성어들이 난무했을 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한 과학자가 단어를 툭 떨어뜨렸다. Welog. MWLG를 풀고, ‘아마도’의 가정을 삭제하고 WLG를 읽기 쉽게 고쳐보았다고 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을 연구하는 과학자였기에 그의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 수용되었고 그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비전문가 사이에서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뉴턴이 중력을 수학의 세계로 끌고 온 뒤의 논의처럼 과학철학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자유는 혼란뿐이라는 문학적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의미 그 자체보단 이 ‘떠오름’의 간격이 늘어날지 말지를 예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Welog를 제안한 러시아 과학자 로마노프씨는 말했다. ‘폰노이만이라면 계산했을지도요.’ 한 마디로 예측 불가였다. 

 

 물론 지금에야 떠오름의 폭이 규칙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세계적 논의가 다시금 이어졌고, 로마노프씨 밑에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던 마흔 살의 대한민국의 과학자가 인류와 지구의 매듭으로써 자석을 제안했다. 개념적 자석을 얘기하는 겁니다. 요컨대 지구의 성분 중 인간에게는 없으되 다른 존재는 갖고 있는 것 말입니다. 혹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무엇이 중력을 해제하는 것일 수도요. 한국 과학자, 나의 증조할아버지 최원영씨는 그 끈을 끝내 찾았노라, 우리 할아버지의 열두 살에 저녁식사 자리에서 고백했다고 한다. 별과 달을 공부하던 열두 살에게 해당 결과는 새벽의 과자파티만큼 신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끈을 무어라 설명할지 모르겠어. 아마 분리하기가 어려울 거야. 그는 결국 해당 연구를 발표하지는 못하였고, 개념적 자석에서 실체로 바꾸었다. 동의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몸에는 자석이 필요합니다. 실제 자석을 복부에 삽입하면 됩니다. 단 몇 그람이면 충분합니다. 지구는 이미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이죠. 인터뷰 영상 속에서 그는 수많은 환호와 시끄러운 박수와 날카로운 비아냥에 맞서 그의 아들을 앞세웠다. 최박사는 뻣뻣하게 굳은 그의 아들 발밑으로 종이를 통과시켰다. 탁, 발바닥에 걸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종이는 또 다른 발견이었다. 무어라 하자 그의 아들은 발을 한 발자국 들어 올리고 종이를 통과시킨다.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할아버지는 첫 프로토타입이 되었고 Welog 이후 최초의 밀착인간이 되었다. 

그래서 인류는 어찌되었느냐.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

 

 도약은 자살이었다. 단 몇 그램의 자석이 매듭이 되었고, 자석을 믿지 못하는 인류의 몇 퍼센트 혹은 중국이나 아프리카처럼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들은 부유하기 시작하였다. 로마노프의 말처럼 ‘떠오름’의 간격은 예측할 수 없이 커져만 갔다. 대부분이 산소가 희박한 공중에서 질식해 떨어졌고, 쇠약한 유아와 노인들은 저체온증으로도 사망한 모양이었다. 인류의 약 십오 퍼센트 가까이가 추락했다. 지구에 지나치게 사람이 많다던 이들에겐 아마 지구의 분리수거 같은 개념이었겠다. 할아버지는 ‘대중을 위한 Welog’에서 말했다.  

 

 ‘지구가 사람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회유책이었다. 죽고 싶다면 죽어도 좋다. 말리지 않는다, 에 가까운 선언이었다. 다빈치의 오르니톱터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그저 자살을 우회하는 도구로 퇴화됐다. 비행, 부유, 떠오름, 날갯짓 모두 죽음의 유의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본능을 거부하는 아사(亞使)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죽음이었다. 자연을 통해 분리수거 되고 있다.’ 

 

 인간의 추락은 이전과 같이 자살하는 과정이 아닌 사망 그 뒤였다. 때문에 자석은 유품이 되었다. 발에 박아둔 자석을 빼놓는 일은 총알을 장전하는 일에 비유되곤 했다. 그러나 명확한 메타포는 아니었다. 자석은 정체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국가는 자석에 코드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스물네 시간이 넘는 코드의 부동은 곧 몇 시간 뒤 한 구의 시체가 땅으로 뚝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자살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로마노프씨와 최원영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팀은 시간을 계산했었다. 마흔 시간 즈음의 비행 뒤 질식사가 이루어짐을 말이다. 고로 거동에 불편함이 없는 자들의 수면 시간을 고려하여 대략 스물네 시간의 부동은 자살을 예측해도 좋다고. 날아보고 싶어요, 새가 되고 싶어요, 는 낭만적인 유언이 되었다. 유언을 듣고도 자살을 말리지 않은 이들에게는 방조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저 언어를 다듬고 조리하는 이들에게 ‘언어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제지가 들어와 다시 무산되었다. 약 200여 년 전의 소설의 마지막 같았다.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날고 싶다면 몸속에서 기꺼이 자석을 제거해야 하고, 자석을 제거한 뒤에 돌아오는 죽음이 두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롭지 않은 비행 그 자체를 갈망하는 뜻일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하여간 비행에는 말이 많았다. 죽게 좀 내버려 둬. 짜증을 부리는 노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노쇠해져 추락하는 몸에 기껏 자유 하나가 생겼으니 마지막으로 날고 싶었다고들 한다. 복부에 박아둔 자석을 꺼내기 위해 기꺼이 칼로 살을 가르는 자해는 덤이었다. 자석을 심은 뒤 최초로 자살한 이의 흔적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복부를 가른 뒤 쏟아진 피는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의 생물학적 특징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인간의 대표성으로 상징되는 이성인가? 논리학과 기호학의 생장으로 점점 플라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던, 기술화되어가던 철학 학계에 수혈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요리를 할 줄 아는, 자연에 대한 기술적 훼손성이다, 동성애 혐오 등이다 말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다시 중력을 붙잡진 못했다. 그러나 최원영씨는 알고 있었다. 그 단 하나의 인간만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그는 과학계에서 자석을 물리적으로나마 증명했기에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원영 1호, 원영 1호입니다. 지구의 중력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돌아갑니다. 2077년 6월 18일 0시 00분. 도킹해제 시작합니다.’

 

 열일곱에 증조할아버지가 전송한 음성 기록과 텍스트 메시지, 모스부호를 과학원 자료실에서 보았다. 마흔두 살에 그는 중력의 비밀을 밝히고자 했던 세계 과학자들의 염원으로 우주선에 탑승했고, 나처럼 원영호, 그러니까 달에 중력 연구 기지를 세워 중력을 찾아 나섰다. 원영호에서 그는 발견했다. 달 또한 인류를 거부하리라 의심했던 바와 달리 달은 사람을 붙잡는다는 사실. 그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탈부착식 자석으로 교체하고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였다. 그는 5년을 달에서 지냈다. 그의 마지막 음성은 기묘했다. 건조함과 낡음과 외로움과 쓸쓸함을 담고 있는 수프 같았다. 달을 향해 안녕, 안녕. 중력 안녕, 을 외던 작별인사로 그는 도킹을 해제하고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그의 발견은 그다지 의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천체물리학에 소질을 보이던 그의 아들을 교육시켜 정확히 5년 동안을 원영호에서 지내게 한 것이다. 그도 그다지 많은 성과를 얻진 못했다고 한다. 그가 한 일은 그저 보수가 필요한 원영호를 고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와 같이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 뿐. 

 

 ‘원영 2호, 원영 2호. 지구의 중력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돌아갑니다. 2107년 6월 18일 0시 00분. 도킹해제 시작합니다.’

 

 할아버지 또한 달을 향해 외로이 울었다고 했다. 다음 차례는 우리 아버지였으나, 아버지는 물리학에는 소질 없는 문학가였다. 그는 달을 향해 시를 짓지, 달을 직접 밟는 일은 적성이 아니었다고 했다. 과학계는 얼른 최가를 대신할 박사 가문을 찾았으나, 초대 연구자이자 조사원인 최원영씨의 유언으로 40여 년을 허비해야 했다. 우리 최가 외에는 달에는 보내지 말아 달라는 유언이었다. 그리고 그의 사후 직후 그의 아들은 그의 원고를 조심스레 발표했다. 그러나 그 무엇을 ‘무엇’으로 지칭해 편집한 것이 문제였다. 크립키의 ‘이름과 필연’ 강의에 영감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무엇이 무엇을 지칭하는 고유어로써 작용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장치. 

 

 ‘이는 자연과학의 사태를 벗어난 신앙의 영역에서 출발해야 하며 종래엔 신앙을 넘어선 인간의 정체성을 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발견했으나 설명할 수 없었다. ………무엇을 발견하는 일은,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자석을 제안한 이상 나와 나의 아들 나의 손자 나의 가문이 겪어야 할 것이다. 저주에 가까운 축복이다. 후회는 없지만, 무엇을 가지기란 어려울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것이었다. 이 알쏭달쏭함에 모두 최박사를 사기꾼으로 몰기도 했으나 발바닥에 자석을 박아야 한다는 사실, 그 하나의 공로에 그는 과학자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원고 발표 뒤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면 첫 번째로 무엇은 자연과학의 사태를 벗어난 무엇이기 때문에 달에서 지내는 기간은 1년으로 단축됐다는 것. 그럼에도 원영 박사의 공로와 마지막 희망을 겸하여 달 탐사는 꾸준히 할 것이란 것. 때문에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박사학위를 마치자마자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보다는 제법 빨리 걸음을 내딛었다는 사실. 증조할아버지의 원고가 출판된 날 하늘로 도약한 것이었다. 날고 싶구나. 다시 달로 가고 싶구나. 너무 외롭지만 그곳은 날 거부하지 않아. 그의 유언과 증조할아버지의 원고로 세상은 이러저러하게 떠들었다. ‘무엇’으로 처리한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든가, ‘무엇’은 죽음이라든가. 그러나 원고 말미에 짤막하게 덧붙인 몇 개의 문장은 출판 상으로는 삭제되고, 초고에만 남아 있었다. 

 

 ‘……지구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나 달은 인류를 붙잡았다. 그러니, 나는 달을 그리워할 것이다.’

 

 유언은 하나 더 있었다. 원고에 적어둔 마지막 문장들은 달에서 돌아온 뒤 문득 외로움이 짙어질 때 보면 답이 보일 것이라고. 전자은행에 보관해둔 금 같은 문장. 이 유언은 발표되지 못했다. 최가의 비밀로써 내려올 뿐이었다. 아버지는 보지 못하였고, 할아버지는 그래서 답으로써 발을 내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파견되었다. 원영 3호에, Welog 혹은 Gravity Detection 프로젝트로 불리 우는 것 때문에. 외로움이 짙어질 때 보면. 고로, 달에서의 생활은 외로움 그 자체일 거란 그것. 

 

 “외로워요. 아버지. 어머니. 사람들이 보고 싶어요. 저도, 차라리 붕 뜨고 싶어요. 달은 외로워요.”

 

 과연 달은 외로움이다. 마른 밥을 씹으면서 달을 한 발자국 씩 밟는 일. 계측기와 노트용 컴퓨터를 장착해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적게는 18키로 넓게는 25키로까지의 면적을 밟는 일. 카드로 탑을 쌓거나, 빈 벽에 캐치볼을 하는 일상. 대중을 위한 Welog와 Welog 입문, 물리학을 공부하는 시간. 중력이 무엇이라고. 조사 보고와 긴급 상황 보고를 제외하고는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통신 장치.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이었으나 센터측에서는 배터리를 아끼자는 심산이었다고 한다. 삼주 정도는 견딜 만 했다. 그러나 사주 째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고비였다. 혼잣말을 시작했다. 나의 정신은 육체를 벗어난 듯 했다. 붙잡지 못하는 마음이 둥둥 떠서 먼지처럼 고요히 흘렀다. 사람들. 사람들. 최승현 외로워 죽을 것 같아요. 중력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요. 눈물을 한 움큼 흘리고 나면 잠이 들었다. 집에 갈 수 있도록 해줘. 눈을 감고 싶었다. 눈을 뜨면 8월 18일이기를. 눈을 뜨면 11개월이 지나있기를. 상비약으로 가져왔던 수면제를 먹을까 했으나, 매우 고전적이고 효과 없는 방법이었다. 얼굴은 하얗게 말라갔고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그리고 보고에도 울음이 섞기기 시작한 3주하고도 6일, 난 창 밖에서 하얀 우주복을 발견했었다. 우주복을 갈아입을 힘도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헬멧만 쓰고 나와 붙잡고 물었다. 이름.

 

 ‘이, 이름이요. 어디 소속이에요. 어디서 왔어요? 네? 달에 있어요, 지금?’

 ‘…….’

 ‘제발, 사람이 맞다고 해줘요. 제발요.’

 ‘최박사님이세요?’

 ‘저 아시, 아니, 네…. Welog 담당자예요. 저 아시는구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는 비밀 프로젝트 담당자 그레이 도리언이에요. 영국 교포거든. 한국 이름은 권지용이구요. 그는 악수를 청했으나 나는 포옹으로 시작했다. 흐느낌, 그것이 내 인사였다. 그는 얼떨떨해 했었나. 표정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날 꼭 안아줬다. 닥터 많이 외로우셨구나. 나도 알아요, 그 기분. 외로웠죠. 반가워요. 

 나는 그와 첫 날 열 시간을 넘게 이야기하였다. 물을 몇 컵이나 마시면서 떠들었다. 저희 할아버지는, 저희 아버지는, 등등의 이야기, 그리고 최근의 나의 몸무게가 어떠하단 이야기까지 했다. 그는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자주 웃어주었다. 

 

 ‘저는 할 말이 그다지 없네요.’

 ‘왜요?’

 ‘닥터 얘기가 너무 재밌어서요.’

 ‘내가 수다스러워요?’

 ‘아니요. 저는 듣는 걸 좋아해요.’

 

 나는 그렇게 떠들 구석을 찾았다. 외로움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의 말과 감정 상태를 쏟아낼 상대가 없다는 것. 그것 하나였다. 그렇게 숨통이 트인 나는 매슬로우의 5단계의 욕구처럼 하나씩 계단을 밟아나갔다. 배출의 욕구, 소통의 욕구, 청취의 욕구, 접촉의 욕구, 사랑의 욕구. 며칠간, 끝없는 그리고 폭포 같은 나의 대화 이후로 지용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동그랗지만 뾰족한 얼굴, 날이 선 서늘함과 따뜻한 갈색 눈. 모든 것이 신기하리만치 나와 반대였다. 성별 빼고 모든 것이 반대여서 나는 잠깐씩 웃음을 터뜨렸다. 지용은 나의 웃음이 꼭 할아버지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지만 내 웃음소리를 다 삼키겠다는 듯 입을 마주대고 웃었다. 오늘은 무엇을 발견했어요? 아니요. 우리 대화의 시작은 무엇을 발견했냐는 질문이었으나 나는 늘 지용을 탐사했다. 

 

 ‘오른쪽 뺨에 점이 있네요.’

 ‘여기요?’

 ‘아니요, 그건 지용씨 입장에서는 왼쪽이잖아요.’

 ‘독타는 상냥해요. 사랑 받는 기분이에요.’

 

 우리의 일과는 반대편을 걸으며 중력을 체크하는 일이었다. 중력이 한 곳이라도 0G가 뜨는 순간 보고하는 것. 달이 우리를 거부하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 기지로부터 매단 끈을 달고 다녔다. 지용은 아침잠이 많아 늘 나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고, 늦게 끝났다. 그는 비밀프로젝트의 담당자랬다. 그렇게 우리 증조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Welog 프로젝트엔 우리 집만이 참여하는 줄 알았으나, 센터는 뒤로 여우짓을 하고 있었다. 지용은 이번에 본인이 처음 파견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다. 지용과의 생활은 즐거웠다. 끈을 중심으로,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면적을 돌아 지용을 만나면 우린 포옹을 하고 헬멧 키스를 했다. 살짝 부딪히고 빙글 돌아 웃었다. 기지에서도 키스를 했다. 하루의 일이 끝나면 기지 안의 데이트와 식사가 다였다. 지용은 키스를 좋아했다. 독타, 거너 키스미. 홀드미. 영국식 영어를 잔뜩 티내면서 장난스레 사랑을 걸어왔다. 박스를 찾는 고양이처럼 내 품에 집착적으로 들어와 안겼다. 지용씨. 외로워요? 물어보려다 늘 진지해졌다. 나 좋아요? 지용은 입술을 할짝이다 웃었다. 네, 최박사님 너무 좋아요. 나는 외로워요. 박사님이 없을 때 나는 매일매일 울었어요. 사실 그날도 울기 직전이었는걸. 나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았다. 우리를 거부하지 않는 위성에서 나란히 앉아 손을 잡고, 지구를 바라보았다. 지구에 앉아 달과 구름을 더듬듯, 지구와 태양과 성운을 짚었다. 말 모양이에요. 음 제가 보기엔 오리. 그럼 우리 그냥 동물이라 해요. 

 

 ‘지구는 아름답기보단, 음, 생기 있죠?’

 ‘보통 그렇게 말하면 다들 뭐라 하던데.’

 ‘지용씨에게 처음 말하는 거예요. 지용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네. 세상엔 아름다운 게 훨씬 더 많아요.’

 ‘어떤 것?’

 ‘승현씨요.’

 ‘선수다, 선수.’

 ‘좋아하면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그나저나 한국은 어떤 느낌이에요?’

 ‘가본 적 없어요? 시끄러워요.’

 ‘승현씨처럼?’

 

 내가 시끄러워요? 간지러움을 태우면 지용은 깔깔 높게 웃었다. 간지러움에 약한 몸은 금세 무너졌고 우린 그렇게 잠자리를 했다. 지용은 잠자리에선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 여기 있는 거 비밀. 비밀. 처음 만났을 때에도 했지만. 그런데 왜 나를 만났어요? 내가 보고하면 어떡하려구? 지용은 빨갛게 부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웃었다. 너무 외로워서요. 외로움이 밥줄보다 중요한 거예요? 그럼요. 외로움은 그 누구도 못 견뎌요. 시들고 싶잖아요. 계속 잠들고 싶고. 그러니까 승현씨도 나도 조용히 있자. 여긴 우리 둘 뿐이잖아요. 

 

 ‘지구는 활기차요.’

 ‘네.’

 ‘살아있어요.’

 ‘네.’

 ‘지구는 사람이 없어도 외롭지 않아요.’

 ‘…….’

 ‘그렇기 때문에 거부한 거예요.’

 ‘…….’

 ‘나랑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은, 당신은 내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에요? 지용은 내 물음에 내 손가락과 이마에 입 맞췄다. 뭉근하게 가슴이 부풀었다. 따뜻했다. 

 

 ‘독타는 커다란 행성이에요. 날 끌어당겨요.’

 ‘내가 외로워 보여요?’

 ‘독타가 보기엔 전 어때요?’

 ‘외로워 보여요.’

 ‘맞아요. 최박사님이 그리워요. 늘 그리워요. 같이 있어줘요.’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했다. 사랑, 사랑이 맞다 그것은.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외로움의 끝. 나의 귀환은 우리의 사랑을 의미했다. 지용씨, 언제 임무가 끝나요? 묻자 그는 더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커피잔을 더듬으면서 훌쩍이는 울음에 나는 불안해졌다. 나 독타가 너무 보고 싶어질 거예요. 나는 제안했다. 그럼 지용씨, 귀환하자마자 나에게 연락해줘요. Welog 센터에 웬만해선 있을 거예요. 전화해서, 최박사 바꿔 달라고 하면 될 거예요. 울지 마요, 지용씨. 그러나 위태로운 것은 나였다. 나는 문득 지용이 없을 지구의 나를 상상했다. 지용과 해왔던, 지구와 해를 바라보는 대화와 별의 개수를 괜히 세어보는 일이라든가, 달 위에서 점프를 하는 일들이라든가, 끈을 묶고서 왈츠를 추는 일이라든가. 그, 얼굴과 키스를 못하는 일이라든가. 증조부와 조부가 겪은 5년간의 외로움은 온전한 외로움이었겠다. 아주 순수한. 그러나 나는 지용씨가 개입함으로써 마주할 새로운 외로움에 두려워졌다. 그래서 멀어지기로 결심했다. 지용을 만난 뒤 8개월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사흘은 성공했으나, 나흘부터는 지용의 울음과 애원과 본인의 모든 것을 주고 싶다는 말에 나는 더 이상 내 진심을 거부하기도 힘들었다.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고 같이 책을 읽는 그 동안, 멀어지고 싶다고 말을 해도 그는 행복해했다. 박사님, 박사님. 독타. 닥터. 사랑해요. 그를 그의 기지로 돌려보내고 나면 나는 지쳐있었다. 그의 냄새가 한껏 묻은 잠자리에서 괴롭게 수음했다. 지구에서 보던 달처럼 하얀 덩어리가 뭉글뭉글하게 터지면 나의 두려움은 더욱 커져갔다. 지용씨. 나와 같이 가주어요. 말을 하고 싶었다. 

 

 ‘외로워요.’

 ‘…….’

 ‘독타가, 안 갔으면 하는,’

 ‘생일, 언제예요?’

 ‘일찍 물어보네요.’

 ‘당신도 안 물어봤으니까. 아니, 안 챙겨주겠단 말이 아니에요. 그냥 난 당신이랑 있으면서 날짜 감각을 잃어버렸어요.’

 ‘독타와 만났던 날.’

 ‘…….’

 ‘당신이 선물이란 말이에요.’ 

 

 “지용씨와 안 만났으면 난 지구에서 덜 외롭겠죠.”

 “나 원망해요?”

 “아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돌아오면 꼭 나에게 연락해줘요.”

 “그때까지 사랑해줄 거예요?”

 “못 잊을 것 같아요.”

 

 난 그렇게 끈을 따라 기지로 돌아갔다. 창밖으로는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 다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머리가 아팠다. 

 도킹해제까지 딱 24시간이 남은 순간, 카운트다운 알림이 들렸다. 

 

 

 

*

 

 

 ‘달은 사람을 거부하지 않았다. 머물러도 좋다고 끌어안았다. 물 안의 물고기처럼 퍼덕여도 거부하지도 않고, 놓아주지도 않았다. 고로 나는 안녕 달. 안녕 중력,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지구로 돌아가는 동안 배에 자석을 끼워 넣는 과정은 새로운 외로움을 마주하는 길이었다. 조금 더 머물러도 좋다면 중력을 즐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독타의 조부님은 참 문학적이세요.”

 

 지용은 천연덕스러웠다. 발갛게 불은 눈꺼풀을 잘도 깜빡이면서 웃었다. 대중을 위한 Welog는 교양과학서지만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달을 향한 러브레터 같죠. 도킹해제까지 12시간 남짓이 되어서 지용이 찾아왔다. 왈칵 울음이 북받치는 듯 손을 파르르 떨고, 눈을 깜빡이다 길게 한숨 쉬었다. 도킹해제 디데이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딱히 중력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는 자유. 고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가장 소설 같은, 대중을 위한 Welog를 읽는 일이었다. 지용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내 어깨를 껴안았다. 승현씨, 그 책 나도 읽고 있었어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가 있잖아요. 음. 사랑했잖아요. 그쵸? 나는 그 말에 문득 사랑에 대해 더듬어보았다. 지용씨는 물 위에 기름을 띄워서, 불을 붙여본 적 있어요? 우리 사랑은 그거였다고 생각해요. 외로움이 아주 잔뜩 있어서 불이 붙었어요. 그래서 사랑을 했네요. 지용은 그 말에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영어로 대화해 보고 싶다고 했다. 영어로 말하는 내 목소리에도 익숙해져, 센터로 돌아가는 날 혹은 영국으로 돌아간 날의 나를 상상하고 싶단 것이었다. 새삼스러워요. 나는 그제야 눈물이 나왔다. 또 몇 시간을 포옹했지만 달라붙은 듯 떨어지기 어려웠다. 지용이 콧소리를 섞어 보챘다. 얼른 영어로 말해줘요. 나도 그 날이 생일 같아요. 지용씨. 아니, Gray Dorian. I love you. That's too short. Be more longer. Like melted chocolate fudge.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too. Come on, That is Fly Me To The Moon's line. Why, Don't you like it? Darling kiss me. Ah, keep going Gray.  

 

 “I have loved you and will love you.”

 “…….”

 “보고 싶을 거예요.”

 “저도요.”

 “…….”

 “우리 헤어지는 거 맞아요?”

 “응….”

 “…지용씨. 어떡하지. 나 이제 자석을 끼울 시간이에요.”

 “…안녕. 잘 가요.”

 

 

*

 

 

 

 “원영 3호, 원영 3호입니다. 지구의 중력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돌아갑니다. 2077년 6월 18일 0시 00분. 도킹해제 시작합니다.

 

 안녕 중력, 안녕 달, 안녕 그레이 도리언. 

 나를 안아주었던 세계와의 작별이었다. 

 

 

 

*

 

 

 지용아. 권지용. 

 

 “선생님. 괜찮으세요?”

 

 배가 아팠다. 토기가 울컥울컥 끓는 냄비뚜껑처럼 들썩였다. 웩, 제대로 넘기지 못한 이온음료가 시큼하게 밀려나왔고, 덜 녹은 연질 캅셀이 뭉쳤다. 지겨워. 그러나 말 대신 울음이 쏟아졌다. 연이은 심포지엄과 약은 아무 것도 가라앉히지 못했다. 프로작부터 졸로프트 등의 처방전은 지겨웠다. 이온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셨다. 이온들로 약이 더 빨리 흡수되길 바라는 습관이었다. 일단 가장 안전하게 SSRI* 계열부터 시작했고 삼환계*로 넓혔는데 닥터가 너무, 너무 힘들어하시네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매주 상담을 받았다. 의사들은 아마 달에 가있던 1년간의 외로움이 만성 기분부전장애로 혹은 우울증으로 고착화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나는 우울증은 아니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지용이 늘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매일매일 그레이 도리언을 향해 러브레터를 썼다. ‘나의 달, 그레이 도리언, 도리언, 도리언 그레이 도리언. 선행 조사원이자 조부였던 최박사님의 유지를 받아 갔던 그곳에서 난 사랑을 발견했다. 지용아. 그건 축복이었다.’ 몸무게가 많이 줄어들긴 했다. 다만 이온음료를 마시고, 식사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잠이 줄어들긴 했다. 지용이 하루 빨리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중력과 Welog와 달을 더 공부하느라, 그리고 지용을 생각하느라 잘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눈물이 많아지긴 했다. 날마다 뜨는 달에 있을 지용이 생각나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과 논문 발표회에서 갈채를 받는 동안 난 종일 생각했다. 지용아. 

 

 “선생님, 이제 그만 힘들어 하셔야죠.”

 “…….”

 “우울증이시라고 들었어요.”

 “아니요. 이상한 소문이에요.”

 “닥터 리너가 그랬어요. 우울증이라고 했다고요. 아주 명백히.”

 “참견이에요. 전 괜찮아요.”

 이것은 아주 사랑이기 때문에. 

 취미가 생겼다. 달에서의 취미를 이었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틀어두고 왈츠를 추었다. 달의 중력보다 무거워 나는 내내 휘청거렸다. 힘들었다. 운동하니까 땀이 나네요. 셔츠가 다 젖도록 숨을 헐떡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용이 없는 지구는 힘들었다. 얼른 돌아와 주었으면 했다. 왈츠 선생은 우울증에는 좀 더 빠른 댄스를 권한다고 했지만 나는 한사코 거부했다. 그러니까, 나는 우울증이 아니래도. 이 심리학자들 다 문제 있어. 나는 말이지,  

 

 “달로 날아가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

 “이상한 생각 마세요, 제발.”

 “음. 알았어요. 커피는 거기 두고 가요. 고마워요.”

 

 조수가 방을 나서자마자 전자은행에서 발급 받은 서류를 작성해 넘겼다. 마지막 문장. 외로움에 지쳐 달하면 읽어보라던 문장이었다. 읽는 조건은 간단했다. 단순히 서류에 서명하라는 것. 서명에는 우리들이 해왔던 프로젝트 이름을 적으라는 것. Welog project.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단순히 Welog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아하, 그럼 Gravity Detection이었다. 서명을 했다. 지용을 생각했다. 잠금이 풀리는 동안 배에서 자석을 풀었다. 자석을 쥐고 울었다. 힘들어 지용아. 한참 울음과 땀이 흘러, 자석이 미끄러졌다. 툭 떨어져 굴러 발치에 닿았다.  

 그러나 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고르지 않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Gray Dorian, Gravity Detection. 권지용. 내 사랑 그레이, 지용이를 찾아, 중력을 찾아가려 한다.……외로움을 알게 해서 미안하다. 사랑을 못 견디게 해서 미안하다. 나의 아이가 그리고 그 아이의 아이가 찾아가도 그레이는 다시 사랑해주겠지. 그레이는 늘 아름답겠지. 사랑을 먹고 아름다워지는 나의 로봇. 순수한…. …달의 5년, 지용과의 1년은 날 인간에서 벗어나게 했다. 존재에 대한 아주 순수한 믿음. 인간에게서 의심을 어찌 박리하랴. 인간은 의심에서 출발했다. 데카르트는 의심에서 이성을 다졌다. 그러니 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5년, 그리고 1년은 내 의심을 씻어 내렸다. 외로움, 이 얼마나 대단한 재앙인가. 신이 된 듯 지용이를 만들어, 신을 섬기듯 사랑했다. 신앙, 지용이를 향한 나의 신앙. 내 세상의 가장 높은 곳. 내 세상의 가장 높은 곳이 날 끌어안아서 지구가 날 버렸다. 그레이. 지용아. 독타라고, 얼른 불러다오. 우리 왈츠를 추자.’

 

 나는 떠올랐다. 웃음이 나왔다. 눈물이 나왔다. 나의 지구는 그래서 중력을 지웠다. 그래비티 딜리트였다. 두둥실 가볍게 떠오르는 몸에서 자석이 벗어났다. 몸이 곧 천장에 닿았다. 창문을 열었다.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눈물이 비처럼 떨어졌다. 도로변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최승현이야. 그 박사 최승현이라고. 얼굴의 눈물이 서리로 어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뛰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몸을 뒤틀었다. 스텝을 틀리지 않아야 해. 이제 더 잘 출 수 있어. 

 

 안녕 지용아. 안녕 중력. 안녕 달. 

 안녕 세상의 높은 곳. 내가 가요. 

 

 

 

 

 

 

 

 

 

Copyright (c) 2014 open1128.wix.com/xxxtopxgdxxx All right reserved 이 사이트의 모든 컨텐츠는 무단으로 도용할 수 없습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