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track on crack' 시즌 4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국내 최고의 서바이벌 힙합 배틀 프로그램. 트랙 온 크랙은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프리 랩 배틀 토너먼트로 오직, 실력 있는 강자들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총 상금 무려 3억원! now show me the money! 지금 이걸 보고 계신 여러분들 역시 투표 참여가 가능합니다. 힙합 최강자를 가리는 트랙 온 크랙 2014! one for the money, two for the show!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두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이제 8강으로 접어드는 트랙 온 크랙! 첫 번째 그라운드의 문을 누가 열어줄 지 기대 되는데요. 오, 이런!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강자가 나왔군요! 자! 첫 번째 그라운드의 주인공! be the stronger! 몸집은 작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플로우의 마법사! 여기까지만 들어도 다들 누군지 아시겠죠? 상대가 누구든지 다 씹어 먹어버리겠다는 자타공인 힙합 씬의 골리앗, Rap sullivan, GD!」
정확히는 성격 더러운 두 힙스터(hiphop-ganster)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에 맞서는 상대는 과연 누구일까요! 어지간한 상대로는 안 되겠죠? 대진표는 8월 18일까지의 인터넷 투표를 기준으로 정해졌습니다. 자! 기대되는 상대방은 과연! 오, 이런 이런. 정말로 만만찮은 상대가 걸렸군요. 8강 최강자전이라고도 봐도 무방할 이번 스테이지의 또 다른 주인공! ganster? nope! he is a mafia! 엄청난 포스로 좌중을 압도하는 절대 카리스마. 어마어마한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hiphop monster, T.O.P! 」
정정한다. 이건 두 힙스터들의 ‘부부싸움’ 이야기이다.
자, 2014. track on crack 시즌 4. 당신이 선택한 최고의 랩퍼는?
...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한 작은 거인은 화려한 금색 로브를 코끝까지 내린 채 무대 한 가운데에서 반대편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어딜 보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시선의 향방에 관객석의 귀추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커다란 북소리와 함께 반대편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연출이다.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남자의 등장과 함께 여성 관객들의 소리가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딱딱한 검은 제복의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그의 모습은 순간적으로나마 스테이지의 차원을 이동시키기에 충분했다. 3D의 리얼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2D 캐릭터의 등장. 그것만으로도 남은 랩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한 명, GD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비트가 시작 된다.
오늘의 초이스는 Young thug의 ‘Old English’ 그리고 Yo Gotti. ‘King shit’
“Hey honey, wassup?”
[그 어젯밤 네 폰으로 전화 걸었어. 모르는 여자가 받더라고. blah blah 떠드는 변명들은 go on a blind. 어쨌든 boogie on & on. 그래 이리 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괜찮어 나 지금 뵈는 거 없어. 쓰지도 않는 안경도 벗었어. 그러니 이 모든 게 내 착각이라면 너도 한 대 쳐도 좋아 bull shit. 까만 네모 안에 부싯돌로 부딪친 변명. 아무 것도 안 보이니 이거야말로 실명. 눈앞이 캄캄하니 귀가 더 트여. 그녀의 목소리 뒤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 써라운드 입체 음향보다 확실하게, 날 확신하게 만들었지. 이건 무슨 더러운 상황? AH 이 새끼 또 여자 집이군. OH 이젠 내 입에서 분노 아닌 감탄사가. 그래서 내 지난밤은 길었나 봐. UH 뜨거운 숨이 신음 소리 대신 흘러나와.
속상해서 그랬어. 혁수 불러 한 잔 했어. 너도 알지? 전화 한통에도 째깍 뛰어나오는 내 스위티 snoooopdog. 저기, do you remember his name? 여기, 히스 레인져도 울고 갈 특급 출동. 기스가 난 머리에 알코올을 붓고. 콜, 콜 넘어가는 술에 나를 붓고. 그러다 보니 깜빡할 뻔 했네. 너 그 새끼 싫어하지? 알 바야 그는 내 위로. 아니 내가 그 놈 위로? 나도 모르게 그러니까 너도 모르게. 그래서 그날 밤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다면 너부터 말해봐 넌 어디 있었다고? introduce yourself 독대 면담 요청. 어쨌거나 그 잘난 콧대부터 벗어 오늘 아주 그냥 죽여 버릴 거니까.]
관중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쿡쿡 찌르는 옆구리와 함께 ‘둘이 무슨 사이야?’ 분명 옆 사람에게 물었을 것이다. ‘뭔 가사가 저래?’ 하지만 대답을 하기 바로 직전에 스포트라이트의 위치가 바뀌었다. 아까보다 더 딱딱한 얼굴이 된 남자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조명. 모르긴 몰라도 다른 곳은 더욱 딱딱하겠지.
그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마이크로폰을 적신다.
“Shut up, so fucking bitch.”
[너는 항상 내게 묻지 where u at. 나는 항상 네게 답해 im here by your side. 네가 아닌 너의 의부증은 고질병처럼 너를 병들게 만들었지. 내게 미친 소녀들이 무대 위의 나에게 환호성을 보낼 때. 너는 내게 손가락질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며 그리로만 가야한대. 잠자는 영혼까지 죄 오는 네가 내게 선고한 죄 오늘. 광란의 파티처럼 너는 소리 질러 미친 사람처럼. 내가 아는 사람 아닌 것처럼. 미친 사랑에 손가락질을 해대지만 매 순간 믿음을 구걸하는 기분을 너는 알까? 거꾸로 돌린 시계 속에 분명 나의 구원이었던 ma bliss. 하지만 이젠 all that mistake. 어쩌면 후회하고 있지 너 와의 손장난. summer night에 화끈한 불장난. 정작 나는 물 먹었어 네게. 기다렸어 내게. 오기를 오직 순수한 믿음.
네가 만약 묻는다면 nothing problem. 다시 한 번 말하지만 missed promise. 썩은 귓구멍부터 열고 잘 들어. 한 번 밖에 말 안 해 진실을 위한 변명 아닌 설명.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번도 널 배신한 적 없는 순결한 순교자. 19금 딱지는 떼고 말하지. 어린 날 뗐던 총각 딱지, 벗겨진 적 없는 guilty의 증명은 기리기리 빛날 사랑의 산물. 하지만 이젠 신물 나. 다시 한 번 listen to me. 잘 들을 테니 baby one more talk to me. 그래서 잤다고? 아니 안 잤다고. 귀머거리에게 경을 외 봤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왜냐고 묻지. baby 이제 잘 시간이잖아 우리 코 자자. maybe 이 무대가 끝이라면 차라리 영원히 자자.]
워우. 환호성을 동반한 우려의 목소리가 객석을 흔들었다. 상당히 위험한 수준을 오가는 두 남자의 랩핑은 심의로 보나, 심증으로 보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두 랩퍼의 표정은 시작보다 훨씬 더 험악해 져 있었다. 입이 간질거려 못 참겠다는 듯 GD가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잘 들어, 이 개삐ㅡ야.”
어쨌든 방송 프로그램인지라 자체적으로 금지어 처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씹어댄다고 씹히면 쓰레기지. 짖는다고 짖어대는 우래기는 오늘따라 오빠 기분을 막 긁어대네? 아이코 예쁘다 계속 짖어 봐. 내가 화가 날 지도 모르니까 볼륨은 낮춰 봐. 여기 있는 여자들은 벌써 젖고 난리 났어. G.D is Gorgeous Dominate. 빵 터지는 다이너마이트 다들 쓰러져. 내가 뭐 때문에 one of a kind? 있을 때 잘하라는 말 contorol of a mind. 언제까지 내가 너 때문에 손톱을 씹어야 돼. 그런데 이제 나도 제법 컸어. 나를 감당할 수 있는 비트가 없어. 그나마 너는 다르다고 믿었어. 거기다 넌 엑스를 그었어. 근데 이제 보니 너도 섰어?]
귀엽네, 개xx…. 중얼거리는 말은 마이크 속으로 사라졌다. 비트 체인지. TOP가 목을 주무르며 슬슬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들었다, 씨삐ㅡ년아.”
…가끔은 뭐, 편집자도 실수를 하고 그러는 것이다. 스케일에 비하면 이 정도는 방송 사고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수준.
[내가 하는 짓이 삽질이라면 내가 파는 것은 네 무덤. 쓸쓸할까 걱정하지 마 빨아줄게 네 젖무덤. 앵앵거리지 마 귀 아프니까. 이 계절에 다 찢어진 스키니 입고 앙앙거리지도 마 괜히 화나니까. 여자들뿐이겠어 젖어버린 게. 사내놈들 아랫도리 간수 똑바로 해라 죽여벌랑게. 쫄아서 바짝 엎드린 채 개처럼 킁킁대. 어디서 나는 거야 암캐 냄새? 코 막아라 쑤셔버리기 전에. 그렇다고 벌써 흥분하지는 말고 애기야. 형이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래. 그래서 그래. 나는 말해 그래. 뭐라 지껄여도 그래. 이래봬도 참는 건 나야 네가 아니고. 빳빳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책임 전가는 사양해. 반항해? 딱딱해진 채로 흔들어 네 안에.]
둘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바짝 긴장해 두 랩퍼를 주시했다. ‘저러다 주먹 날아가는 거 아냐?’ 당사자들보다 더 안달이 난 여자가 물을 때. ‘그럼 더 재밌어지지 않겠어?’ 낄낄거리며 답하는 사내놈이 답하던 바로 그 순간.
둘의 입술은 마치 금방이라도 닿을 것처럼. 거의 다 온 것처럼.
[네가 날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암산이 안 되는 머리에 말해 줄게. 한국어 못 하는 것 같으니까 특별히 영어로. fucking doggy I feel you. 필이 딱 오겠지만 아직 순서 아니야. 자격 없는 놈에게 수랏상 차리는 정성은 없으니 정석대로 행동해. 한 번만 말할 테니 두 번은 사양해. 똑같이 돌려줄게 반항해? nop! 난 이 힙합 씬을 사랑해. kiss me darling. 뭣 모르는 여우들이 살살 꼬드길 때. you know im so hot. 자신 있게 내밀어 명함 한 장. 너는 뭘 내밀어 깜찍한 주둥이. 안 넣어? 씁! 착하지 right now. 적당히 나대. 좋은 말로 할 때.]
재밌는 건 함성 소리가 점점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데시벨을 키우는 것은 대부분 여성 관객들이었다. 어째서일까. 다시 TOP의 verse라서 일까? 정말로, 그게, 전부?
[진실을 말해줄게. 오직 난 one way. 싫다면 도망가라 그대로 run away. 알면서도 흔드는 꼬리는 쫓아오라는 반증. 심증에 위증은 위중한 심중. 자중을 바란다면 너야말로 정중. 나는 확신해. 네가 바라는 것은 상쾌한 mint. 그보다 더 확실한 hint. 갈구는 싸다구 말구. 손바닥도 말구. 원하는 건 더도 덜도 말구. 손가락 3개. 그것만으로도 넌 충분하구. 씹지 말구 내 말. 쓰지 말구 소설. 싸지 말구 아직. 난 다 이해했으니까 control me. 이따 보여줄 테니까 내 폰 넘버와 기록 다. 그러니 지금은 입 닥치고 baby good night!]
조명은 꺼졌다. 스테이지 위는 암전. 관객석은 그대로 정적. 삿대질을 해가며 금방이라도 서로를 걷어찰 것 같던 두 랩퍼의 행방은 아직 알 수 없었다. 관객들의 인내심은 늘 60초를 기다리지 못 했다. 곧 조명이 다시 돌아왔다.
“…네! 정말 화끈한 무대였습니다! 지금까지도 후끈후끈 하군요! 요즘 가장 핫한 두 랩퍼, GD&TOP 무대 잘 봤습니다! 자, 그럼 두 분을 다시 무대로 모셔…. 네? 아 잠시…. 네? 둘이 사라졌다고요? 어…. 잠시만요.”
그렇지. 방송 사고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아, 순서의 변경으로 다음 랩퍼를 먼저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나는 살아있다! 최초의 힙합계를 휩쓸었던 전설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다시 돌아온 YG! 일명 유.진.아.빠…!”
둘의 부재는 그다지 미스테리한 일이 아니었다. 관객들의 관심이야 곧 스테이지로 향할 것이고, 오직 몇 명의 사람들만이 혹은 여자들만이 그들의 행방에 대해 갑론을박 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그들은 결코 멀리 가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백 스테이지 어딘가에서 조심스럽고도 대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 존나 흥분돼.”
“병신아, 무대에서 세우지 말랬지.”
“키스해 달라며 네가….”
“그걸 또 곧이곧대로…어! 아 뭐야, 손 안 떼!? 나 아직 안 풀렸거든?”
“들어줄게, 들어줄게.”
“야이씨! 야! 잠깐만, 야!”
“일단 한 발 빼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가? 이건 두 힙스터들의 ‘부부싸움’ 이라고.
